2012년 국내 개봉한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You Are the Apple of My Eye)는 수많은 이들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만든 감성 로맨스 영화다. 감독 구파도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단순한 청춘의 기억을 넘어 사랑과 성장, 아쉬움과 후회, 그리고 그 시절의 빛나는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풋풋한 대만 청춘들의 이야기이지만, 아시아 전역의 관객들에게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하나의 ‘첫사랑 영화 아이콘’이 된 작품. 이 글에서는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줄거리, 등장인물, 핵심 메시지, 관전 포인트를 심도 있게 소개한다.
자전적 이야기로 그려낸 첫사랑의 기록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감독 구파도의 실제 첫사랑 경험을 토대로 쓰인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의 배경은 1994년 대만 장화현. 고등학교에 다니는 커징텅은 장난기 많고 자유분방한 문제아로, 친구들과 어울려 유쾌한 소동을 벌이며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다. 반면, 같은 반의 션자이는 학교 최고의 모범생으로, 매사에 신중하고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다.
어느 날 수업 시간 장난을 치다 벌을 서게 된 커징텅은, 션자이의 ‘관리’를 받게 되며 그녀와 뜻밖의 연결고리를 가지게 된다. 티격태격하며 가까워진 둘은 점차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지만, 커징텅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고, 션자이는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다 대학 진학과 사회 진입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며 두 사람은 점점 멀어진다.
15년 후, 션자이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커징텅은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룰 수 없었던 첫사랑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되새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명확한 사건이 아닌, 사소한 순간들의 기억, 전하지 못한 마음, 시간이 흐른 뒤의 후회로 채워진다. 그 점이야말로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더 빛나는 이유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슬프지 않게, 그러나 진하게 그려낸다는 데 있다. 커징텅은 션자이를 향한 마음을 단 한 번도 제대로 고백하지 못했다. 그는 항상 장난과 무심함으로 감정을 감췄고, 션자이 또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연인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는 이 관계를 ‘실패’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절 커징텅이 느낀 감정, 션자이가 품었던 설렘은 이뤄졌든 아니든 그 자체로 가장 순수하고 뜨거웠던 사랑으로 남는다.
결혼식장에서 커징텅이 회상하는 그날의 장면들은 관객의 마음까지 뭉클하게 만든다. 어느새 ‘나도 그랬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그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었고, 아마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에 더 찬란하다.
청춘, 우정, 성장 그리고 추억의 조각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로맨스뿐 아니라 우정과 청춘의 성장기로도 볼 수 있다. 커징텅과 그의 친구들, 그리고 션자이를 둘러싼 고등학교 교실의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따뜻하다.
시험 전날 몰래 엿본 모범생의 노트, 체육 시간에 몰래 불렀던 이름, 졸업식날의 어색한 눈빛과 말하지 못한 감정… 이러한 장면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누구나 겪었던 청춘의 ‘기억의 퍼즐’처럼 다가온다.
영화는 션자이와의 관계뿐 아니라, 커징텅이 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도 섬세히 담아낸다. 사랑에 실패하고, 친구들과 헤어지고, 부모님과의 갈등도 겪으며 그는 점점 어른이 되어간다. 그 과정이 가볍지 않게, 그러나 무겁지도 않게 그려진다. 즉, 이 영화는 첫사랑이 중심이지만, 그 주변을 둘러싼 모든 청춘의 감정도 함께 담고 있다.
결론: 첫사랑, 그리고 그 시절의 나를 마주하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누구나 한번쯤 가슴에 품었던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관객 스스로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사랑이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시절 우리가 얼마나 누군가를 좋아했고, 얼마나 마음을 주었으며, 얼마나 아프고 또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만약 당신이 그 시절의 감정을 잠시라도 잊고 지냈다면, 이 영화를 통해 다시 그때의 설렘, 아픔, 웃음, 후회를 꺼내보길 바란다. 아마 그 기억은 아직도 당신 마음 한편에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