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개봉한 영화 미스비헤이비어(Misbehaviour)는 1970년 영국 런던에서 벌어진 미스 월드 대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미인대회라는 무대 뒤에서 벌어진 여성들의 분투는 단순한 사건 재현을 넘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여성으로서의 삶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진정한 아름다움인가', '세상은 얼마나 변했는가'. 이 영화는 과거를 통해 오늘을 이야기하며, 모든 여성들에게 강한 연대와 용기를 전합니다.
미스 월드 사건 실화, 그리고 그날의 충격적인 무대
1970년, 전 세계의 시선을 받던 미스 월드 대회가 런던에서 열립니다. 그 무대 위엔 화려한 드레스와 웃음, 아름다움으로 포장된 평화가 있었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여성해방운동 단체인 ‘여성 해방 전선(Women’s Liberation Movement)’ 소속 여성들이 대회장에 몰래 잠입해 생방송 중이던 무대에 올라가 흰 가루를 뿌리고 구호를 외치며 항의한 것입니다. 이 영화는 이 상징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여성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그 배경과 결과를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단지 시끄러운 시위나 해프닝이 아닌, 당시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현실을 직시하게 합니다. 일상 속에서 받는 성차별, 외모 중심의 평가, 기회에서의 배제 등은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는 문제들입니다.
여성들 간의 시선 차이, 연대의 본질을 묻다
미스비헤이비어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페미니즘 영화로서 ‘미인대회 반대’를 외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시선 차이를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데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제니퍼 호스텐’은 미스 그레나다로서 역사상 최초의 흑인 미스 월드 우승자입니다. 그녀는 당당히 무대 위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며, 그 자체로 인종차별에 맞서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시위자들은 ‘미인대회는 여성을 상품화한다’고 주장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기회의 장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이런 복잡한 교차점을 날카롭게 보여주며, 여성 내에서도 서로 다른 현실과 관점이 존재함을 말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 다름을 배척하기보다는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지금도 유효한 이야기,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의 현실
이 영화가 오늘날에도 강력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영화 속 배경이 50여 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외모 중심의 기준, 경력 단절, 성차별, 유리천장, 이중잣대… 우리는 여전히 그 안에서 버티며 살아갑니다. 미스비헤이비어는 그 싸움을 멋지게 그린 ‘영웅담’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조금씩 움직이며 만들어낸 진짜 변화의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영화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만이 아닌,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게도 질문을 던집니다. “이 사회는 정말 공정한가?”, “나는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움직여 본 적 있는가?”, “내가 누군가를 평가하고 있지는 않았나?” 등. 그리고 그 질문은 비단 여성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던져야 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결론: 오늘도 당신은 충분히 의미 있는 존재입니다
미스비헤이비어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은 지금,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법과 서로를 존중하며 연대하는 법을 보여줍니다. 누군가를 위해 싸우는 것, 나를 위해 말하는 것, 그 모든 행동은 세상을 바꾸는 시작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용기를 가슴 깊이 전해줍니다. 여성으로, 인간으로 살아가는 당신에게 지금 꼭 필요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