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용감한 시민》(2023)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액션 드라마로, 학교폭력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히어로 장르의 통쾌함을 결합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과거 복싱 금메달리스트였던 기간제 윤리 교사로, 교실 내의 불의를 참지 못하고 가면을 쓴 채 직접 응징에 나섭니다. 히어로적 요소, 사회비판적 메시지, 여성 주인공 중심의 서사가 강하게 드러나는 이 작품은 관객에게 현실을 직면할 용기와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히어로 장르와 현실 비판이 만난 독특한 서사
《용감한 시민》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히어로물과 사회극의 결합입니다. 주인공 소시민(신혜선)은 과거 복싱 금메달리스트라는 이력을 지녔지만, 현실은 기간제 윤리 교사라는 이름 아래 학교라는 제도 안에 억눌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녀는 학교폭력을 목격하면서 다시 한번 자신의 ‘정의감’과 ‘능력’을 소환하게 되죠. 특히 고양이 가면을 쓰고 정체를 숨긴 채 가해자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설정은 마치 ‘평범한 사람이 히어로가 되는’ 현대적 서사의 틀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영화는 단순한 통쾌함에 그치지 않고, '왜' 이런 응징이 필요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교사로서 직접 개입할 수 없는 현실, 무력한 제도, 권력을 가진 가해자의 비호 등 한국 학교 현실의 어두운 단면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 이 영화는 마치 ‘현대 한국판 배트맨’처럼, 주인공이 스스로 정의를 실현하는 자경단 히어로로 변화하는 과정을 진지하게 그려냅니다. 이런 히어로 장르적 접근이 오히려 학교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게 만들며, 관객에게 더 강한 감정적 몰입을 유도합니다.
학교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현실성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학교폭력’이라는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입니다. 주인공 소시민이 맞서 싸우는 대상인 한수강(이준영)은 단순한 악역을 넘어, 권력형 학폭의 전형적인 모습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는 가정환경, 사회적 배경, 학교 내 위치까지 모두를 이용해 동급생을 괴롭히고, 선생님들조차 그를 두려워하며 눈치만 봅니다. 이처럼 현실에서도 벌어지는 권력형 학폭의 구조적 문제를 영화는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학교 내부의 ‘침묵의 카르텔’입니다. 동료 교사들은 사건을 쉬쉬하며 방관하고, 학생들은 침묵하거나 가해자를 따릅니다. 이러한 묘사는 현실에서 실제로 교사나 학부모들이 느끼는 무력감, 그리고 피해자가 겪는 외로움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더불어 고진형(박정우)이라는 피해자의 심리 묘사 역시 뛰어납니다. 그의 위축된 행동, 두려움,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모습은 실제 학폭 피해 학생의 현실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합니다. 이 영화는 학교폭력이라는 주제를 다루되 단순히 경고나 묘사에 그치지 않고, 이에 대한 해결 방식으로 ‘시민의 정의’를 내세웁니다. 물론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방식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이는 단지 해결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장치로서 기능합니다. 관객은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됩니다.
여성 히어로와 사회비판적 메시지의 결합
《용감한 시민》은 단지 히어로나 사회극으로만 분류할 수 없는 또 다른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여성 서사’입니다. 주인공 소시민은 단순한 정의 실현가가 아닙니다. 그녀는 여성이라는 정체성과, 교사라는 직업적 위치 속에서 감정적·도덕적 갈등을 겪으며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특히 ‘가면을 쓰고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해 회의하게 되는 후반부 전개는, 영화가 단지 폭력의 응징에만 치우치지 않고 구조적 변화를 바라는 이상을 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신혜선은 이 복합적인 인물을 매우 섬세하게 연기하며, 복싱 장면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을, 교단에서는 내면의 고뇌를 모두 담아냅니다. 이준영 역시 ‘무감한 악인’ 캐릭터를 냉소적으로 그려내며 극의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이런 연기력은 메시지 전달의 설득력을 더해줍니다. 또한 영화는 사회 제도의 부조리함을 간접적으로 비판합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는 상황, 부모의 권력이 교사의 윤리보다 앞서는 현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 등이 영화 전반에 녹아 있습니다. 영화는 이 모든 부조리 속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과 ‘시스템이 해야 할 일’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서 ‘교육과 정의’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용감한 시민》은 히어로 장르의 쾌감과 학교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 여성 중심의 섬세한 서사를 결합한 작품입니다. 단순히 통쾌함만을 추구하는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마주한 불의에 대해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묻는 진지한 시도를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용기와 정의, 그리고 변화의 필요성을 동시에 전달하며, 한국형 사회비판 히어로물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