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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리뷰 : 권력, 인물, 인간성

by luire 2025. 4. 22.

2022년 개봉한 영화 《킹메이커》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실존했던 인물들과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삼아, 권력의 본질과 정치의 도덕성, 인간의 갈등을 입체적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김운범과 서창대라는 두 인물을 통해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현실 정치의 전략과 이상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간적 고민을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정치영화로서의 메시지는 물론, 인물 중심 서사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호연 덕분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지금도 재조명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본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 요약과 더불어 주인공들의 성격, 상징성, 그리고 권력과 인간성 사이에서의 갈등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영화 킹메이커 포스터

이상과 현실 사이, 권력의 본질을 묻다

《킹메이커》는 단순히 선거의 승패를 다룬 정치 드라마가 아닙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정치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데 있습니다. 김운범(설경구)은 현실 정치에서 수차례 낙선했지만 이상과 신념을 지키려는 인물로, 그에게 정치란 도덕성과 신뢰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이라 믿습니다. 반면, 서창대(이선균)는 정치란 결과로 말해야 하며, 이기지 못하면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논리는 차갑고 현실적이며, 때론 조작과 기만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 두 사람의 철학은 영화 전반에 걸쳐 팽팽하게 충돌합니다. 김운범은 항상 “우리는 달라야 합니다”라고 외치며 선한 정치, 정의로운 정치를 고집합니다. 그러나 선거는 냉정한 게임이고, 거기서 이기기 위해선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는 서창대의 시각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영화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정치는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 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집니다.

김운범과 서창대, 인간의 민낯을 비추는 인물들

김운범은 실존 정치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만들어졌습니다. 그의 캐릭터는 비폭력과 민주주의,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꿈꾸며 끊임없이 선거에 도전하지만 번번이 실패를 맛봅니다. 그럼에도 신념을 꺾지 않으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주장합니다. 설경구는 이 인물을 내면에서부터 표현하며, 단단하면서도 흔들리는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서창대는 김운범의 참모이자 선거 전략가입니다. 실존 인물 엄창록(엄창섭)을 모티브로 한 이 캐릭터는 극 중에서 '킹메이커'라는 타이틀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율하며, 김운범의 당선을 위해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의 철학은 단순합니다. “정치란 이겨야 의미가 있다.” 이 말은 곧 전략가로서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그는 자신의 선택에 회의감을 느끼고, 김운범과의 가치관 충돌은 결국 이들의 결별로 이어집니다. 서창대는 결국 자신이 만든 왕과 등을 돌리고, 관객은 이 장면에서 킹메이커라는 존재의 고독함과 비극성을 느끼게 됩니다. 그는 단순한 권력 도구가 아니라, 이상과 현실의 경계선에서 계속 고민하는 인간으로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권력과 인간성, 정치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

《킹메이커》는 단순한 정치적 승부의 서사에 머물지 않습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김운범의 당선 장면이지만, 정작 그 장면에서 김운범의 얼굴은 클로즈업되지 않습니다. 이는 정치적 승리가 곧 인간적 승리를 의미하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입니다. 오히려 당선을 만든 이가 누구였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갈등과 상처가 있었는지를 묵직하게 떠올리게 만듭니다.

정치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인간은 권력을 얻기 위해 무엇을 감내해야 하는지, 그리고 권력을 잡은 뒤에는 무엇을 잃게 되는지를 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관객은 영화를 통해 단순히 정치의 겉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상처, 이상과 타협을 함께 바라보게 됩니다.

또한, 《킹메이커》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묵직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오늘날의 정치판에서도 여전히 반복되는 이미지 정치, 감성 마케팅, 대중 심리의 조작 등은 서창대의 전략을 통해 이미 영화 속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킹메이커》는 단지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정치 드라마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킹메이커》는 단순한 정치 영화 그 이상입니다. 정치와 인간, 권력과 도덕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킹’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이자, ‘킹이 되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입니다. 김운범과 서창대, 두 인물은 각각 이상과 현실, 철학과 전략을 대표하며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권력의 정점에 서기 위해서 잃어야 했던 것들,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이면의 인물들이 감내해야 할 대가를 돌아보게 만드는 《킹메이커》. 이 작품은 그 어떤 교과서보다 생생한 정치 수업이자, 인간성에 대한 깊은 고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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